ABOUT

센터소식

언론보도

언론보도

우리 젊은이들의 자살에 관한 단상

rosa0716 | 2011-04-26 | 조회 1707

 

우리 젊은이들의 자살에 관한 단상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정신과 최지욱

2011-04-24

대전일보

 

 

최근 잇따르고 있는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학생들의 자살 문제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자살’이란, 20년 가까이 정신과 의사 노릇을 해 오고 있는 필자에게는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단어인데다가, 소아 청소년 상담을 전공으로 하고 있다 보니, 단순히 병적인 상태만으로 다 연관 지을 수 없는, 자살과 연관되는 많은 문제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우리나라 자살율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최고라고 합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2005년에서 2008년 사이 우리나라 중고생을 대상으로 조사된 통계에 따르면, 자살사고는 남학생 15.4%, 여학생 22.9%, 자살시도 비율은 남학생 3.7%, 여학생 5.9%로, 교통사고를 빼고는 청소년 사망원인 1위는 자살로 나타났습니다.

자살행동이란 개인의 특성과 환경적인 경험이 함께 상호작용해서 나타나는 것인데, 개인의 특성이라 함은 성장과정을 통해서 형성되는 것이고, 그렇게 성장한 개개인이 이 사회를 이루고 만들어 가는 것이니, 실은 이들을 키워나갈 어른이고 부모인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함께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개인적 특성 중, 청소년기와 초기 청년기에서의 비교적 예측할 수 있는 자살 위험 요인 중 대표적인 것이 우울증세와 과거의 자살시도 경험인데, 우울감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짜증이나 반항이 증가하거나 집중력이나 의욕이 떨어질 때, 밤에 잠이 오지 않아 새벽에 잠들거나 거꾸로 과도한 수면을 보일 때, 식욕의 변화를 보일 때, 자살 사고를 표현할 때 적극적인 조기 개입이 필요합니다. 가정 내 불화나 부모자녀간의 관계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성장한 경우, 만성적인 우울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흔해서 쉽게 반복 자살시도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부모 자녀 사이의 대화가 평소 원활하고 친하며 친구나 주변과의 관계가 좋은 경우, 또 자신에 대해 긍정적이고 스트레스 대처 능력이 좋은 경우는 어려움을 겪더라도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고 도움 받을 수 있습니다.

사회 환경적인 노력으로, 이번 일을 계기로 각 대학 내 상담 프로그램의 활성화나, 초,중,고의 학생 자살예방 및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등도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학교나 사회속의 관계에서나 일의 해결 과정, 정책의 수립과 진행과정 등에서 구성원 개개인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표현되고 반영되고 존중되고 함께 상의해 가며 최적의 환경과 제도를 만들어 나가려는 인식의 변화와 노력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즉,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따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의견을 표현하고 합리적으로 주장할 줄 아는 연습, 남의 의견을 진지하게 들을 줄 아는 훈련을 기성세대부터 먼저 노력해야하며, 자라나는 아이들, 젊은 세대들에게도 이것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래야 수많은 환경의 변화와 시행착오 속에서 우리 젊은이들을 허무하게 잃게 되는 아픔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마치 대학 입학 관문이 인생의 끝인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오늘도 우리는 자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좋은 학벌과 작은 통장이나마 남겨 주고 싶은 절실함 역시 당연하지만, 인생이 아주 길고 길다는 것과 그 긴 인생을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배워주고 준비해 주는 것의 소중함 역시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들 자신이 자녀와 젊은이들, 그리고 주변사람들과 관계 맺는 경험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