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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현장에서 : 생명을 살리는 일 / 오혜민 기자

admin | 2013-07-09 | 조회 801

[현장에서] 생명을 살리는 일 / 오혜민 기자
 

 

얼마 전 동네의 한 청년이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성직자 부부의 아들이자 준수한 외모의 청년이라 기억하고 있던 터였다.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와 함께하는 자살예방캠페인 ‘행복해져라!’를 연재 중인 탓에 충격이 더하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는 여전히 자살예방에 대한 홍보물이 붙어있다. 내 자신 또한 캠페인 연재와 함께 자살에 대한 경각심을 잃지 않으려고 나름대로는 노력했다.

 

취재 중 만난, 절망에 빠져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아주머니를 센터와 연결시켜주기도 했고, 자살예방교육 수업을 들으며 조금 더 생명을 살리는데 기여할 수 있었으면 했다. 하지만 멀리서 찾지 않더라도 가슴 아픈 소식은 가까이에 있었다. 나는 등하불명(燈下不明)이었구나.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죽음을 소재로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님을 고백한다. 하지만 자살예방의 첫 걸음은 자살을 터부시하고 감추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자살 충동을 느끼는 친구나 가족이 곁에 있을 때도 ‘혹시 나쁜 생각하니?’하고 단정 짓고 돌려 말하기보다 ‘혹시 자살 생각하니?’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전문기관에 연결시켜주는 것이 예방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우리는 배운 바 있다.

 

한 사람의 자살은 참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웃조차도 청년의 죽음이 믿어지지 않을진대, 가족의 마음은 오죽할까. 한 사람이 자살하면 가족과 지인들은 아픔의 순간에 놓이고, 그들은 다시 자살을 할 가능성이 높은(high-risk) 그룹이 된다. 사랑하는 이의 자살 자체도 충격이고, 비밀을 지키느라 아픈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도 그들의 치유과정을 더디게 한다.

 

삶을 포기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들을 끌어안아야한다는 말이 적어도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메아리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하느님은 마지막에 사람에게 숨을 불어넣으셨다. 영이 무너지면 육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

 

출처 : 2013-06-16 가톨릭신문 오혜민 기자